등장인물
『카사블랑카』의 중심 인물은 릭 블레인(Rick Blaine)이다. 험한 세상을 살아온 냉소적인 미국인 릭은 카사블랑카에서 ‘릭의 카페’를 운영하며 여러 나라의 난민들과 얽힌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릭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고수하며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을 아끼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사연과 감정이 얽혀 있다.
그의 옛 연인이자 영화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은 일자 룬드(Ilsa Lund)이다. 그녀는 릭과 과거에 파리에서 사랑에 빠졌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그와 이별했다. 이후 남편인 빅터 라슬로(Victor Laszlo)와 함께 카사블랑카로 오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빅터 라슬로는 체코 출신의 레지스탕스 지도자로, 나치에게 쫓기는 입장에 있다. 그는 이상과 신념을 위해 싸우는 인물로, 극 중에서 매우 강한 도덕성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릭, 일자, 라슬로 외에도 프랑스 경찰 루노 대위(Captain Renault)와 독일군 장교 스트래서 대령(Major Strasser) 등 다양한 인물이 각자의 신념과 이해관계를 드러내며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한다.
줄거리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령 모로코의 도시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은 유럽을 떠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중간 경유지로, 수많은 난민들이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릭은 이 도시에서 유명한 카페를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던 중, 릭의 카페에 두 장의 도피용 비자가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 비자는 소유자에게 독일의 감시를 피해 리스본을 거쳐 미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행 수단이다. 바로 이때, 릭의 옛 연인이자 그에게 상처를 남기고 떠난 일자가 남편 라슬로와 함께 그의 카페에 들어선다. 릭은 일자와의 재회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되고, 동시에 그녀에 대한 감정과 현재의 정치적 상황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일자와 라슬로는 비자가 필요하고, 릭은 그 열쇠를 쥐고 있다. 릭은 자신의 감정을 희생하고 라슬로의 이상을 돕기로 결심하며, 결국 일자와 라슬로가 안전하게 카사블랑카를 떠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릭은 루노 대위와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가며 “이것은 위대한 우정의 시작일지도 몰라”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긴다.
감상평
『카사블랑카』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로 보이기보다는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와 개인의 윤리적 갈등을 절묘하게 엮은 고전 명작이다. 릭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는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되며, 그가 마지막에 내리는 결정은 단순한 사랑의 포기가 아니라 인간성에 대한 믿음으로 느껴진다.
이 영화가 진정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캐릭터의 깊이, 대사의 세련됨, 그리고 시나리오의 구조적 완성도 때문이다. 특히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Here’s looking at you, kid)” 같은 대사는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회자되며 영화 역사에 길이 남는 순간으로 남아 있다.
또한 흑백 화면의 질감과 클래식한 촬영기법은 영화의 서정성과 진정성을 더하며, 당시의 시대상과 불안한 국제정세를 우회적으로 그려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인간 관계, 정치적 상황, 이상과 현실의 충돌 등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 가능한 이 작품은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카사블랑카』는 단순히 과거의 영화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인간은 어떤 선택 앞에서 진짜 자신을 드러내는가. 사랑과 정의,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그 경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