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선셋 대로』는 헐리우드의 어두운 이면을 그린 영화로, 중심에는 조 길리스(Joe Gillis)와 노마 데스몬드(Norma Desmond)가 있다. 조는 실패한 시나리오 작가로, 더 이상 아이디어도 돈도 없는 인물이다. 그는 우연히 노마의 저택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운명이 바뀐다.
노마 데스몬드는 한때 무성 영화 시대의 전설적인 여배우였지만, 시대가 변하며 잊힌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현실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여전히 스타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녀의 과장되고 연극적인 말투와 행동은 비극성과 동시에 불안감을 자아낸다.
맥스는 노마의 집사이자 과거 감독이었으며, 그녀를 지극히 보호하며 살아간다. 그는 동시에 그녀의 정신적 붕괴를 감싸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조의 동료 작가인 베티 셰퍼드는 조에게 인간적인 유대감을 제공하는 존재로, 이 복잡한 삼각 구도는 영화의 핵심 갈등을 형성한다.
줄거리
영화는 수영장에 떠오른 시체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내레이션은 바로 그 시체, 즉 주인공 조 길리스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조가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회상 형식으로 전개한다.
조는 파산 직전의 시나리오 작가로, 빚 독촉을 피해 도망치던 중 선셋 대로의 한 오래된 저택에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는 노마 데스몬드가 살고 있다. 그녀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며 헐리우드 복귀를 꿈꾸는 인물이다. 노마는 조의 존재를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자신의 시나리오를 고쳐줄 것을 요청한다.
조는 경제적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고 저택에 머물게 되지만, 점차 노마의 집착적인 애정과 통제에 얽매이게 된다. 노마는 그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대하며,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차단하려 한다. 조는 처음엔 타협하지만, 점차 자신의 삶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동료 작가 베티와의 교류는 조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키지만, 노마의 질투심을 자극한다. 결국 조는 저택을 떠나려 하지만, 노마는 총을 쏴 그를 살해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마는 정신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로 카메라 앞에서 “나는 준비됐어요, 데밀 감독님”이라고 외치며 계단을 내려간다.
감상평
『선셋 대로』는 헐리우드의 허상과 현실을 가장 강렬하게 드러낸 영화 중 하나다. 노마 데스몬드는 단지 한 사람의 몰락한 삶이 아니라, 영화 산업이 만든 ‘유명세’와 ‘망각’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상징한다. 그녀는 타락한 스타 시스템의 산물이자 피해자이며, 광기 속에서도 애처롭고 잊기 힘든 인물이다.
윌리엄 홀든은 냉소적이지만 인간적인 조 길리스를 섬세하게 연기하고, 글로리아 스완슨은 노마 역을 통해 무성 영화 시대 여배우의 상징이자 비극의 얼굴이 된다. 그녀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엔딩 중 하나다.
이 영화는 또한 자기반영적인 구조로도 주목받는다. 노마가 찾는 감독 ‘세실 B. 데밀’은 실제 인물이며, 영화 속에서 본인 역할로 출연한다. 이는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장치이자, 할리우드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다.
『선셋 대로』는 단순히 슬픈 인물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명성과 망각의 본질, 그리고 예술과 시장이 충돌할 때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준다. 지금도 이 작품은 예술가와 소비자의 관계, 진정성과 환상의 경계에 대한 강한 질문을 던진다. 이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 비극이자, 영화 그 자체를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