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졸업』의 주인공은 벤자민 브래독(Benjamin Braddock)이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로, 명문대학을 나왔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열정도 없이 공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모는 그를 자랑스러워하지만, 그는 사회의 기대와 개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혼란스러워한다.
그의 삶을 뒤흔드는 인물은 로빈슨 부인(Mrs. Robinson)이다. 그녀는 부모의 친구이자 중년 여성으로, 권태와 외로움 속에서 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그녀는 단순한 유혹자가 아니라, 시대적 억압 속에서 부서진 개인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엘레인 로빈슨(Elaine Robinson)은 로빈슨 부인의 딸로, 벤이 나중에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여성이다. 그녀는 젊고 순수하며, 벤에게 진정한 감정과 미래의 가능성을 다시 일깨워준다. 이 세 인물 사이의 삼각관계는 단순한 연애를 넘어, 세대와 정체성의 충돌을 보여준다.
줄거리
대학 졸업 후 귀가한 벤자민은 가족과 이웃의 찬사 속에서도 큰 혼란에 빠져 있다. 명확한 진로도 목표도 없는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성공한 인생’이라는 틀에 회의를 느낀다. 그러던 중, 로빈슨 부인이 갑작스레 그를 유혹하고, 둘은 비밀리에 육체적 관계를 이어간다.
이 관계는 일종의 도피처이자 해방처럼 시작되지만, 벤의 공허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는 로빈슨 부인의 딸 엘레인과 데이트하게 되고,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점차 그녀에게 진심을 느낀다. 그러나 로빈슨 부인은 이 관계를 격렬히 반대하며, 과거의 관계를 폭로한다.
충격을 받은 엘레인은 벤과의 연락을 끊고 다른 남성과의 결혼을 준비하게 된다. 벤은 엘레인을 되찾기 위해 그녀가 결혼하는 교회로 달려가고, 결혼식장에 난입해 그녀를 불러 세운다. 둘은 결국 손을 맞잡고 버스에 올라탄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이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고, 환희에서 불안으로 바뀐다. 그것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무게를 상징한다.
감상평
『졸업』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그것은 세대 간 단절, 자아 찾기, 사회적 프레임에 대한 반항을 담은 시대의 초상이다. 벤자민은 전통적인 성공의 모델을 거부하면서도, 그 대안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청춘 그 자체다.
더스틴 호프만은 평범하고 서툴지만 깊은 불안을 품은 벤자민을 섬세하게 연기한다. 앤 밴크로프트는 로빈슨 부인의 냉소적이고도 연민 어린 내면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두 사람의 미묘한 긴장감은 영화의 정서를 깊이 있게 만든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악, 특히 "The Sound of Silence"와 "Mrs. Robinson"은 영화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감정의 여운을 더한다. 영상 언어 또한 매우 세련되며, 거울, 유리창, 어항 등 상징적인 오브제를 통해 인물의 감정을 시각화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엘레인과 벤의 표정 변화는 이 영화의 진정한 메시지다. 우리는 늘 어떤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그 다음의 순간은 언제나 불확실하고 두렵다. 『졸업』은 그 불확실성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