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졸업』은 청춘의 혼란, 기대, 그리고 자기 정체성의 혼돈을 재치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주인공은 벤자민 브래독(Benjamin Braddock), 명문대를 막 졸업한 21살 청년이다. 그는 모든 것이 안정된 삶을 보장받고 있음에도, 심리적으로는 극심한 공허와 불안을 느낀다. 주변 어른들의 칭찬과 기대는 그를 옥죄고, 그는 삶의 방향을 잃은 상태다.
**로빈슨 부인(Mrs. Robinson)**은 벤의 부모 친구의 아내로, 성숙하고 냉소적이며 결혼 생활에 불만이 많은 인물이다. 그녀는 지루하고 공허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벤에게 접근하며, 결국 둘은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는다.
**일레인 로빈슨(Elaine Robinson)**은 로빈슨 부인의 딸이자 벤의 또 다른 중심 인물이다. 그녀는 순수하고 따뜻한 성격의 대학생으로, 벤은 처음엔 그녀를 멀리하려 하지만 곧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일레인은 영화 후반부에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줄거리
영화는 벤자민이 대학 졸업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파티와 축하 속에서 그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이때 로빈슨 부인은 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그는 처음엔 당황하지만 점차 관계를 맺게 된다.
벤과 로빈슨 부인은 호텔에서 몰래 만나며 관계를 지속하지만, 감정은 동반되지 않은 단순한 육체적 관계로 유지된다. 로빈슨 부인은 냉소적으로 일관하며, 벤이 자신의 딸 일레인과 어울리는 것조차 강하게 반대한다.
하지만 가족의 요청과 일레인의 순수한 매력에 이끌려 벤은 그녀와 점차 가까워진다. 둘 사이에 감정이 싹트는 순간, 로빈슨 부인은 딸에게 자신과 벤 사이의 관계를 밝히며 모든 것이 무너진다.
일레인은 상처받고 멀어지며, 다른 남자와 약혼하게 된다. 그러나 벤은 그녀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그녀의 결혼식장에 뛰어들어 그녀를 불러 세우고, 결국 둘은 버스를 타고 도망친다.
버스 안에서 환호하던 두 사람은 점점 조용해지고, 마지막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영화는 그 정적 속에서 멈추며 끝난다.
감상평
『졸업』은 단순한 삼각관계나 연애 스캔들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정해준 인생의 길에서 벗어나려는 한 청춘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진짜 감정과 진짜 선택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철학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더스틴 호프만은 벤의 내면 불안을 절묘하게 연기하며, 1960년대 청춘들의 대변자로 떠올랐다. 그의 눈빛, 어정쩡한 몸짓, 침묵은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전한다. 그는 명확한 목표 없이 표류하는 세대의 초상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
로빈슨 부인은 당시 영화 속 여성 캐릭터 중에서도 매우 복잡한 인물이다. 그녀는 단순한 유혹녀가 아니라, 상실과 좌절, 무력감 속에서 탈출구를 찾는 인간이다. 그녀를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영화는 색채와 구도, 사운드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데 탁월하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와 "Mrs. Robinson"은 단지 배경음악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또 다른 ‘서사’ 역할을 한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마지막 장면이다. 두 사람은 도망쳤지만, 정말 자유를 얻은 걸까? 버스 안에서의 침묵은 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단지 순간일 뿐이고, 진짜 삶은 이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졸업』은 지금도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다. 유쾌하고 위트 있지만, 동시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