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사브리나』는 사랑과 신분, 성장의 이야기를 품은 클래식 로맨스로, 인물 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사브리나 페어차일드(Sabrina Fairchild)**는 부잣집 라라비 가문의 운전기사의 딸로, 어릴 때부터 그 집 막내 아들 데이빗을 짝사랑해왔다. 순수하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파리 유학을 계기로 성숙하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모한다.
**데이빗 라라비(David Larrabee)**는 잘생기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막내 아들이다. 여러 여성과 가벼운 관계를 이어오며, 인생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 태도로 가족과 대비된다. 사브리나가 변한 뒤 처음으로 그녀를 다시 보게 되며 흔들리게 된다.
**라이너스 라라비(Linus Larrabee)**는 데이빗의 형으로, 가문의 기업을 책임지는 냉철하고 현실적인 사업가다. 이성적이고 규칙적인 성격이지만, 사브리나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도 몰랐던 감정과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줄거리
사브리나는 라라비 가문의 넓은 저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의 하인 신분이었고, 늘 부유한 사람들의 세계를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특히 데이빗에게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무관심했다.
사브리나는 실연의 아픔을 안고 파리로 유학을 떠나고, 몇 년 뒤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귀국한다. 세련된 외모와 자신감 있는 태도, 성숙해진 감정으로 그녀는 라라비 가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데이빗조차 그녀에게 강하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데이빗이 이미 기업 결합을 위한 약혼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결혼은 가족 기업의 이익을 위한 중요한 계약이었다. 이를 지키기 위해 형 라이너스는 사브리나를 유혹해 파리로 돌려보내려는 계획을 세운다.
처음에는 목적을 위해 접근했지만, 라이너스는 점차 사브리나에게 진심으로 끌리게 된다. 사브리나 역시 라이너스의 진지함과 따뜻함 속에서 진정한 감정을 발견하고 혼란스러워진다. 한편 데이빗은 사브리나를 사랑한다고 믿지만, 결국 자신의 감정이 충동적이었음을 깨닫는다.
마지막 순간, 라이너스는 모든 계획을 철회하고 사브리나에게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브리나는 그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고 함께 파리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감상평
『사브리나』는 신분과 계급의 차이, 사랑과 책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의 성장을 그린 우아한 로맨틱 드라마다. 단순한 삼각관계가 아니라, 각 인물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드리 헵번은 사브리나 역을 통해 순수함과 세련됨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녀의 변화는 외적인 스타일만이 아니라, 감정적 독립성과 자아 성찰에서 비롯되며, 그 모든 과정이 설득력 있게 표현된다.
험프리 보가트는 보통의 로맨틱 주인공과는 다른 라이너스를 연기했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의 변화와 진심을 점점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윌리엄 홀든이 연기한 데이빗은 현실의 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황과 혼란을 상징한다.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대사보다도 시선과 침묵, 공간과 음악을 통한 감정의 흐름에서 빛난다. 파리 유학이라는 설정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사브리나의 성장과 자유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그녀가 파리에서 돌아와 더는 수동적인 소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사브리나』는 결국 한 소녀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구분하게 되는 이야기다. 가볍지만 결코 얕지 않은 이야기, 따뜻하지만 감상적이지 않은 정서 덕분에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