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마이 페어 레이디』는 사회적 신분, 언어, 교양의 경계를 중심으로 인간의 변화 가능성과 내면의 성장에 대해 탐구하는 뮤지컬 영화다. 이 작품의 중심 인물은 세 명이다.
**일라이자 둘리틀(Eliza Doolittle)**은 런던 코벤트 가든 거리에서 꽃을 파는 가난한 소녀다. 억센 코크니(Cockney) 억양을 쓰며 교양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변화를 꿈꾸는 내면의 열망을 지닌 인물이다.
**헨리 히긴스(Henry Higgins)**는 언어학자이자 음성학의 권위자로, 정확한 발음과 말투를 통해 사람의 계급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고집스럽고 이기적인 면이 있지만, 자신의 가르침에 따라 일라이자가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도 서서히 변화한다.
**콜로넬 피커링(Colonel Pickering)**은 히긴스의 동료 언어학자로, 일라이자에게 가장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는 인물이다. 그는 상냥하고 신사적인 태도로, 변화의 과정에서 인간적인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줄거리
런던의 거리에서 꽃을 팔던 일라이자는 어느 날 저녁, 우연히 헨리 히긴스 박사와 마주친다. 그녀의 거칠고 알아듣기 힘든 억양에 흥미를 느낀 히긴스는, 친구 피커링과 내기를 한다. 그는 그녀를 6개월 동안 훈련시켜 상류층 부인처럼 말하고 행동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라이자는 스스로의 삶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실험에 참여하게 되고, 히긴스의 집에서 발성 훈련과 언어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그 과정은 쉽지 않고, 히긴스의 무정한 태도에 좌절도 겪지만, 그녀는 점차 노력으로 변화를 이뤄간다.
결정적인 시험 무대는 엠배서더 무도회. 그곳에서 일라이자는 완벽하게 고급스러운 태도와 말투로 모두를 매료시키고, 상류층 인사들에게조차 귀족 출신이라 오해받는다.
그러나 실험이 끝난 뒤, 히긴스와 피커링이 자신을 하나의 실험 대상으로만 여겼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일라이자는 자신의 독립성을 선언하고 떠난다. 그녀는 단순히 발음과 매너를 배운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과 삶의 주체성을 깨달은 것이다.
마지막에 이르러 히긴스는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며, 변화한 사람은 그녀만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영화는 그가 다시 일라이자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 장면으로 끝난다.
감상평
『마이 페어 레이디』는 외형의 변화라는 겉모습을 넘어, 인간 내면의 성장과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일라이자는 처음엔 말투 하나 고치지 못하는 거리 소녀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율성과 품격을 갖춘 여인으로 성장한다. 이는 단지 언어의 변화가 아닌, 스스로를 존중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드리 헵번은 일라이자 역할을 통해 순진하면서도 당찬 여성의 변화를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말투, 표정, 눈빛 하나로 전혀 다른 두 인물처럼 느껴지며, 일라이자의 성장 과정을 관객이 직접 경험하도록 만든다.
렉스 해리슨이 연기한 히긴스 박사는 겉보기엔 냉소적이고 무뚝뚝하지만, 감정 표현에 서툴 뿐 결국 진심 어린 존중과 감사를 배워가는 인물이다. 그가 “난 그녀가 필요하다는 걸 몰랐다”는 마지막 대사는, 단순한 사랑 고백이 아닌 인간적인 깨달음을 함축한다.
영화의 음악은 작품의 감정선을 훌륭하게 이끈다. “Wouldn’t It Be Loverly?”,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 “The Rain in Spain” 같은 곡들은 단지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아니라, 일라이자의 감정과 상황을 대변하는 서사적 장치다.
시각적으로도 이 영화는 화려하다. 무도회 장면, 히긴스의 서재, 런던 거리 등은 각각 다른 계급과 정서를 대변하며, 무대극적인 구성을 영화적으로 잘 풀어냈다. 감독 조지 큐커는 인물 간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고,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말보다 더 강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마이 페어 레이디』는 지금도 여전히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누군가를 변화시키려 하면서, 정작 자신은 무엇을 배우는가? 진짜 신사란, 말투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