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베케이션 인 로마』는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세 명의 미국인 여성들이 각자의 사랑을 찾는 과정을 우아하게 담아낸 로맨틱 드라마다. 각각의 인물은 다른 연애관과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으며, 영화는 이를 교차로 보여주며 세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전개한다.
**마리아 윌리엄스(Maria Williams)**는 새롭게 로마에 도착한 젊고 낙천적인 미국 여성이다. 로맨스에 대한 기대와 낭만을 품고 있으며, 로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는 처음부터 솔직하고 적극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애니타 허친스(Anita Hutchins)**는 로마 주재 미국 정부 기관의 비서로, 성실하고 조용한 성격을 지녔다. 그녀는 이탈리아 청년과의 사랑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진심을 숨기지 않는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도로시 맥길(Dorothy McGill)**은 중년의 비서로, 이미 로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인물이다. 그녀는 고요하지만 내면의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오래도록 마음속에 품은 남성에게 용기를 내기까지의 시간이 이 영화에서 가장 조심스럽고도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줄거리
이야기는 마리아가 미국에서 로마로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애니타와 함께 일하게 되며, 두 사람은 곧 친해진다. 셋은 트레비 분수를 방문해, 사랑을 찾기를 바라며 각각 동전을 하나씩 던진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주제인 ‘희망’과 ‘설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리아는 유명한 작가인 프란체스코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의 매력에 빠져들지만, 프란체스코는 신중한 태도로 그녀를 대한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다가가지만, 동시에 상대방의 삶과 명성 앞에서 갈등을 겪는다.
애니타는 로마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탈리아 청년 지오르지오를 좋아하지만,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계약직 신분 때문에 마음을 열지 못한다.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품지만, 늘 거리감이 있었고, 문화 차이와 계급 문제도 이들의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결국 애니타는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지오르지오 역시 그녀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
도로시는 오랫동안 상사인 샌더슨 씨를 조용히 흠모해왔다. 그는 지적이고 매너 있는 인물이지만, 늘 일과 원칙 속에 사는 사람이다. 도로시는 감정을 고백하지 못한 채 지내왔지만, 우연한 계기로 그와의 감정적 교류가 생겨난다. 그녀는 오랜 인내 끝에 감정을 표현하게 되고, 샌더슨 역시 그녀의 진심을 받아들인다.
세 여성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찾아가며, 마지막 장면은 모두가 새로운 희망 속에 트레비 분수 앞에 다시 모여 미래를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감상평
『베케이션 인 로마』는 화려한 플롯 없이도 섬세한 감정 묘사와 아름다운 영상미, 그리고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은 영화다. 세 명의 여성은 모두 ‘사랑’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되지만, 접근 방식과 태도, 결과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한 편의 영화 안에서 다양한 연애관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영화가 여성 캐릭터들의 감정을 정면에서 다룬다는 점이다. 단순히 ‘남자를 만나 행복해지는’ 구조가 아니라, 스스로 감정을 깨닫고, 표현하며, 선택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이는 당시 헐리우드 영화 속 여성상으로는 상당히 능동적인 접근이었다.
로마의 풍경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트레비 분수, 스페인 계단, 포로 로마노 등 실제 로케이션을 통해 배경이 단지 무대가 아니라 이야기의 정서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탈리아의 정서와 유럽적 감성이 로맨스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음악 또한 로맨틱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제곡인 "Three Coins in the Fountain"은 오스카 주제가상을 수상할 만큼 서정적이고, 세 여성의 감정을 하나로 엮는 감정의 축으로 기능한다.
『베케이션 인 로마』는 지금 보아도 여전히 따뜻하고 세련된 작품이다.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고, 감정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점이 이 영화를 더욱 오래도록 사랑받게 만든다. 사랑을 기다리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조용하고도 확실한 위로의 영화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