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마이 페어 레이디』는 언어와 계급을 주제로 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자아 발견을 품은 뮤지컬 영화다.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원작으로 하며, 한 여성의 변화와 그 안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음악과 함께 풀어낸 작품이다.
**엘라이자 둘리틀(Eliza Doolittle)**은 런던 코벤트 가든의 거리에서 꽃을 파는 소녀다. 억센 억양과 천한 말투 때문에 무시받지만, 내면에는 지적 욕망과 자립심이 가득한 인물이다.
**헨리 히긴스(Henry Higgins)**는 언어학 교수로, 계급 차별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엘라이자를 ‘숙녀’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하며, 실험처럼 그녀를 교육하기 시작한다.
**콜로넬 피커링(Colonel Pickering)**은 히긴스의 동료이자 상대적으로 온화한 성품을 가진 신사다. 엘라이자를 존중하는 유일한 인물로, 영화 내내 따뜻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알프레드 둘리틀(Alfred Doolittle)**은 엘라이자의 아버지로, 거리의 철학자이자 유쾌한 인물이다. 예상치 못한 계기로 신분 상승을 겪게 되면서, 영화 속 유머와 풍자의 중심축이 된다.
줄거리
비 오는 밤, 코벤트 가든의 한 거리. 꽃을 팔던 엘라이자는 우연히 히긴스 교수와 피커링 대령을 만나게 된다. 히긴스는 그녀의 사투리와 말투를 흥미롭게 여기며, 6개월 안에 그녀를 ‘상류층 숙녀’처럼 말하게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한다.
엘라이자는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히긴스를 찾아가 교육을 요청한다. 히긴스는 내심 이 실험을 즐기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발음, 말투, 태도 등 전방위적 교육을 시작한다. 교육 과정은 쉽지 않고, 엘라이자는 반복되는 실패에 지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엘라이자는 변화에 성공하고, 상류층 무도회에 데뷔하게 된다.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감탄하고, 히긴스는 이를 자신의 승리로 여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엘라이자의 존재는 '실험 대상'으로만 다뤄졌다는 사실에 그녀는 상처를 입고, 집을 떠난다.
엘라이자는 스스로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자신이 단지 ‘말을 잘하는 장식물’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자 한다. 히긴스는 그녀가 떠난 뒤 비로소 진정한 감정을 자각하게 되고, 그녀 없이는 삶이 공허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는 히긴스가 엘라이자의 녹음 목소리를 들으며 그리워하고, 그녀가 다시 돌아오면서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는 단순한 로맨스로 결론짓기보다는, 두 사람의 변화와 성장에 집중한 여운 있는 마무리다.
감상평
『마이 페어 레이디』는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계급, 여성의 자립, 언어와 인간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외면의 변화보다 중요한 내면의 성장,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중심 주제다.
오드리 헵번은 엘라이자 역에서 극적인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초반의 억센 억양과 다소 거칠고 투박한 모습부터, 후반의 우아하고 품위 있는 숙녀로의 변화는 단지 겉모습이 아니라, 자아에 대한 인식의 여정을 보여준다.
렉스 해리슨은 히긴스 교수 역에서 놀라운 언어적 리듬감과 독특한 노래 스타일로 캐릭터의 지적이고 까칠한 매력을 전달한다. 그는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말하듯이’ 처리하는 독특한 기법으로 뮤지컬 장르에서 새로운 표현 방식을 선보였다.
뮤지컬 넘버들은 모두 각 장면의 감정과 주제를 효과적으로 끌어올린다. “Wouldn’t It Be Loverly”,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 “The Rain in Spain”, “I’ve Grown Accustomed to Her Face” 등은 극 전개의 핵심이며, 지금도 사랑받는 명곡들이다.
영화의 세트와 의상도 주목할 만하다. 에드워디언 런던을 재현한 고풍스러운 무대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며, 엘라이자의 의상 변화는 그녀의 내적 변화와 함께 읽힌다. 특히 애스콧 경마장 장면은 영화의 시각적 하이라이트로 평가받는다.
『마이 페어 레이디』는 전통과 관습의 틀 속에서 인간의 변화를 조명하며, 진정한 변화는 외적인 모습보다 내면의 자각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단지 아름답고 우아한 영화가 아니라, 깊은 통찰을 품은 작품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