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그녀는 예뻤다 (Sabrina, 1954)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by lovely072 2025. 7. 7.

등장인물

『그녀는 예뻤다(Sabrina)』는 로맨스와 신분 차이를 중심으로, 한 여성의 성장과 자아 발견, 사랑의 복잡함을 섬세하게 다룬 고전 영화다. 블랙 앤 화이트 화면 속에서도 따스하고 우아한 정서가 살아 있는 이 작품은, 순수함과 우아함, 그리고 인생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사브리나 페어차일드(Sabrina Fairchild)**는 부유한 라라비 가문에서 운전기사의 딸로 자란 소녀다. 어린 시절부터 가문의 둘째 아들 데이비드에게 연정을 품고 있으며, 평범한 외모와 조용한 성격이지만 마음속에는 변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품고 있다.

**라이너스 라라비(Linus Larrabee)**는 데이비드의 형으로, 냉철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경영자다. 가족 기업을 책임지고 있으며, 자신의 감정보다는 이성과 책임을 중시한다. 하지만 사브리나와의 만남을 통해 점점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데이비드 라라비(David Larrabee)**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연애를 즐기며 인생을 가볍게 대하는 인물이다. 사브리나의 감정을 오래 모르고 지내다가 그녀의 변화된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된다.


줄거리

사브리나는 라라비 가문의 운전기사의 딸로, 어릴 적부터 이들 가문의 저택 구석에서 자라왔다. 화려하고 사교적인 데이비드를 몰래 동경하며 살아가지만, 신분 차이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인해 그저 ‘어린애’ 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사브리나는 파리의 요리학교에 다녀오게 되고, 2년 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화되어 돌아온다. 단정하고 세련된 모습에 가득 찬 자신감은, 이제껏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그녀를 주목하게 만든다. 특히 데이비드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처음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반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데이비드가 이미 재력 있는 여성과의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형 라이너스는 사브리나를 멀리하게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한다. 처음엔 회사와 가족을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라이너스는 사브리나의 진심과 순수함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사브리나는 자신이 사랑했던 데이비드가 아닌, 오히려 진지하고 묵직한 라이너스에게 마음이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라이너스 역시 그녀를 보내야 할 이유를 찾으면서도, 보내지 못할 감정을 깨닫는다.

결국 진심은 계산을 이기게 되고, 라이너스는 모든 걸 내려놓고 사브리나를 따라 파리로 가는 길에 오른다. 영화는 단지 ‘연애의 결말’이 아닌, 자기 삶을 선택하고 감정에 책임지는 인물들의 변화로 막을 내린다.


감상평

『그녀는 예뻤다』는 단순한 신데렐라 이야기의 틀을 벗어나, 자아의 성장과 인간적인 감정의 진실성을 담아낸 정제된 로맨스다. 겉보기에 화려한 요소 없이도 감정과 대사의 힘으로 극을 이끄는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지닌다.

오드리 헵번은 사브리나 역을 통해 ‘우아함’이라는 개념을 대중문화 속에 새롭게 정의한 인물이다. 그녀의 단정한 말투, 부드러운 눈빛, 그리고 섬세한 표정 연기는 사브리나의 변화와 성장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낸다. 특히 파리에서 돌아온 후 자신감과 여유를 갖춘 모습은, 지금까지도 로맨틱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의 변화를 다룰 때 자주 인용된다.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한 라이너스는 무뚝뚝하지만 점차 부드러워지는 남성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감정 표현이 서툴지만, 점차 진심으로 변화하며, 사브리나와의 장면에서 묵직한 울림을 준다. 단순한 로맨틱 상대가 아닌, 감정의 대척점에서 사랑을 배워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윌리엄 홀든이 맡은 데이비드는 이야기의 촉매로 기능하며, 변화에 직면한 인물들이 각자의 감정을 깨닫게 만드는 거울 같은 존재다. 그는 단순히 가볍고 유쾌한 인물이 아니라, 다른 두 사람의 성장에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의 연출은 블랙 앤 화이트의 화면 속에서도 매우 우아하고 정갈하다. 특히 파리에서의 장면, 사브리나가 검정 드레스를 입고 첫 등장하는 장면, 라이너스와의 심야 대화 장면 등은 지금 봐도 감정과 미장센이 모두 완성도 높다.

『그녀는 예뻤다』는 한 여성의 외모 변신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깨닫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감정과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결말은 사랑의 선택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선택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