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패터슨 (Paterson, 2016)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by lovely072 2025. 7. 22.

등장인물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의 소도시 패터슨에서 살아가는 버스 운전사의 **일상과 시(詩)**를 통해,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포착해내는 영화다. 매일 같은 길을 달리고, 같은 벤치에 앉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지만, 그의 내면에는 세상 누구보다도 풍요로운 언어와 사유가 흐르고 있다.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은 뉴저지 패터슨 시에 사는 버스 기사로,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남성이다. 겉보기엔 평범한 노동자지만, 그는 매일 틈날 때마다 시를 쓰며 자신의 감정과 사유를 기록한다. 일정한 일상 속에서도 감각과 언어를 잃지 않는 인물이다.

**로라(골시프테 파라하니)**는 패터슨의 아내로, 감각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여성이다. 흑백 패턴을 좋아하고, 베이킹과 인테리어, 예술 활동 등 다양한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창의적으로 보낸다.

마빈은 부부가 함께 키우는 불독으로, 패터슨의 조용한 일상에 은근한 유머와 생기를 더해주는 존재다.


줄거리

영화는 월요일 아침, 패터슨이 침대에서 눈을 뜨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하루하루를 거의 동일한 루틴으로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고, 버스를 운전하며 승객들의 대화를 엿듣고, 퇴근 후에는 로라와 저녁을 먹고, 마빈을 데리고 동네 펍에 간다.

하지만 그 일상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노트를 꺼내 시를 쓴다. 그는 사물과 순간에 대한 관찰을 통해 언어를 만들어낸다. 종이컵, 성냥, 로라의 머리카락—아무렇지도 않은 소재들이 그의 시에선 특별한 감정과 상징이 된다.

로라는 남편이 시를 책으로 내기를 바라지만, 패터슨은 오히려 현재에 만족하며 창작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마빈이 그의 시 노트를 물어뜯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동안 써온 모든 시가 사라진다.

패터슨은 말없이 상실감을 삼킨다. 그리고 다음 날, 시인의 도시라 불리는 그곳에서 일본인 여행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패터슨의 침묵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한 권의 빈 노트를 건넨다. 패터슨은 조용히 다시 펜을 들어, 첫 문장을 써내려간다.


감상평

『패터슨』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 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과 철학이 담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과감하게도 극적인 갈등이나 전개를 배제하고, 오직 한 사람의 일상과 감성을 따라간다.

아담 드라이버는 말수가 적지만 내면은 풍부한 인물인 패터슨을 절제된 연기로 완성했다. 그의 얼굴엔 큰 감정이 드러나지 않지만, 시를 쓰는 손과 시선을 통해 우리는 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골시프테 파라하니는 그런 패터슨 곁에서 자유롭고 밝은 에너지를 전하며 대비를 만들어낸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시’**다. 작품 속 시는 실제 시인 론 파젯(Ron Padgett)이 창작한 것으로, 단순한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것은 영화의 메시지와도 직결된다. 평범한 하루, 흔한 물건, 스쳐가는 대화조차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

“당신의 삶이 아무리 평범해도, 그 속엔 언제나 시가 있어요.”

『패터슨』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일깨운다.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세상을 바꾸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잔잔하고 단단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