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허락되지 않은 꿈(The Fits)』은 열한 살 소녀의 시선을 통해 자아 정체성과 소속감, 성장의 복잡함을 조용히 탐구하는 작품이다. 독립영화 특유의 절제된 연출 속에서도, 강렬한 분위기와 상징이 내면의 혼란을 오롯이 드러낸다.
**토니(로얄티 하이타워)**는 신체 단련을 위해 오빠와 함께 복싱을 해오던 소녀다. 체육관 옆에서 활동하는 치어리딩 팀의 리듬과 화려함에 이끌리며, 점차 그들 사이에 스며들려 애쓴다. 그녀의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성장의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오빠 제롬(다니 맥도널드)**은 토니의 보호자이자, 복싱 파트너로 등장한다. 말은 적지만 책임감 있는 인물로, 토니의 일상적 지지대가 되어준다.
치어리딩 팀 멤버들은 각기 다른 성향을 지닌 또래들로, 토니가 바라보는 사회적 기준과 소속감을 상징한다.
줄거리
토니는 평소 복싱 체육관에서 오빠와 훈련하며 규칙적이고 조용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관 옆에서 활기차게 연습하는 치어리딩 팀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고, 토니는 그 에너지와 단합된 움직임에 매료된다.
용기를 낸 토니는 복싱을 뒤로하고 치어리딩 팀에 들어가려 하지만, 처음부터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몸을 맞춰야 하는 동작도 낯설고, 친구들과의 교감도 어렵다. 그 와중에 팀 내에서는 갑작스러운 이상 행동—마치 발작과도 같은 'Fits' 증상이 번지기 시작한다. 누구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 기이한 현상 속에서 토니는 더욱 혼란스럽고, 자신도 그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토니는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에 속하고 싶은지를 질문하게 된다.
감상평
『The Fits』는 단지 청소년의 일상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자신의 몸, 감정, 욕망을 자각해가는 소녀의 내면 세계를 신중하고도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말보다 이미지와 사운드, 몸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전하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감독 안나 로즈 홀머는 대사보다 시선, 떨림, 리듬을 통해 소녀의 심리를 표현하며, 성장이라는 복합적 과정에 관객을 조용히 동참시킨다. 실제 비전문 배우인 로얄티 하이타워의 연기는 말이 없어도 감정을 충분히 전달한다.
이 영화에서 '발작'은 단순한 신체 증상이 아니다. 그것은 변화의 은유이며, 무언가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물결이다. 어떤 집단에 속하기 위해 겪는 자기 몸과 감정의 변화, 그것을 수용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The Fits’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 순간은 설명할 수 없지만,
모든 게 진짜 나처럼 느껴졌어요.”
이 영화는 뚜렷한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사춘기의 정체성 혼란, 소속과 자율 사이의 균형, 여성성과 독립성에 대해 열린 감각으로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