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픽스 유(Sound of Metal)』은 갑작스럽게 청력을 잃은 드러머가 소리를 잃으며 오히려 내면을 되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청각장애라는 외적 사건을 중심으로, 자기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섬세한 드라마다.
**루벤 스톤(리즈 아흐메드)**은 헤비 메탈 듀오 밴드의 드러머로, 연인과 함께 밴을 운영하며 미국 전역을 투어 중이다. 과거 마약중독 이력이 있지만 지금은 깨끗하게 살아가며 음악에 전념한다.
**루(올리비아 쿡)**는 루벤의 연인이자 밴드의 보컬이다. 음악과 삶의 동반자로서 루벤을 사랑하지만, 그의 청력 상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조(폴 레이시)**는 청각장애 공동체를 운영하는 지도자이자, 자신 또한 청력을 잃은 인물이다. 루벤이 처음으로 소리 없는 삶과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줄거리
루벤은 루와 함께 밴드 공연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공연 중 갑자기 귀에 이명이 울리고 소리가 점차 왜곡되기 시작한다. 병원을 찾은 그는 청력을 거의 상실했고, 남은 청력도 조만간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루는 혼란에 빠진 루벤을 청각장애 공동체로 이끈다. 루벤은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이 음악을 못 하는 삶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는 수술을 통해 인공적으로 청력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재정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동체에서의 생활은 점점 그를 변화시킨다. 소리를 대신해 시선, 손짓, 감각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조용한 가운데서 내면을 바라보는 법도 익히게 된다. 그러나 루벤은 여전히 옛 삶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고가의 인공 와우 수술을 받는다.
청각이 돌아오리라 기대하지만, 인공 소리는 기계음에 가깝고 루벤이 알던 음악과는 너무도 다르다. 그는 다시 루를 찾아가지만, 그녀 역시 이미 다른 삶의 흐름 속에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인공 청각기를 꺼버리고, 완전한 침묵 속에서 처음으로 고요를 받아들이는 순간을 마주한다.
감상평
『픽스 유(Sound of Metal)』는 단순히 청력을 잃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무엇을 잃는다는 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지를 되묻는 작품이다. 잃음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는 사실을 고요하게 전한다.
리즈 아흐메드는 루벤의 혼란과 분노, 체념과 수용을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연기해낸다. 그의 눈빛과 호흡, 미세한 손동작은 대사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폴 레이시가 연기한 조 역시 이 영화의 영적 중심이다. 그는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대표한다.
영화는 관객이 루벤과 함께 청각을 잃는 경험을 하도록 사운드 디자인을 치밀하게 구성했다. 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기계음으로 변형되며, 침묵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감각적으로 깊은 몰입을 유도한다.
“고요는 두려움이 아니라 깨달음이다.
우리는 소리가 없을 때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음악을 되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음악 없이도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여정을 그린다.
'사운드 오브 메탈'은 결국 '사운드 오브 셀프'가 된다.